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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만화 '기생수', 두 가지 방식으로 스크린에 오르다

by 사색하는 샘 2025.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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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아키 히토시의 명작 만화 '기생수'는 1990년대 일본 만화계에 큰 족적을 남긴 SF 호러 작품입니다. 인간의 뇌를 지배하려는 외계 기생생물과 그들에게 맞서는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의 가치와 공존의 의미를 탐구한 이 작품은, 2014년 일본에서 실사영화로, 그리고 2024년 한국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며 두 번의 영상화를 거쳤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했지만 두 작품이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일본 영화: 원작에 대한 충실한 오마주

2014년과 2015년 2부작으로 공개된 일본 실사영화 '기생수'는 원작 만화의 스토리를 최대한 충실하게 따라갑니다. 평범한 고등학생 신이치가 오른손에 기생한 '미기'와 함께 성장하며 인간과 기생생물의 공존을 모색하는 원작의 핵심 서사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았습니다.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은 만화 특유의 비주얼을 실사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미기가 변신하는 장면, 다른 기생생물들과의 전투 신, 그리고 원작에서 인상 깊었던 명장면들을 CG 기술을 활용해 재현했죠. 특히 미기의 캐릭터성과 신이치와의 대화 장면들은 원작 팬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안겨주었습니다. 원작 충실도의 장점: 만화 팬들은 자신이 사랑했던 장면들이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을 보며 향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이치와 미기의 관계 발전, 타무라 레이코의 철학적 질문들, 후반부의 감동적인 메시지까지 원작의 정수를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한계점: 반면 방대한 원작 내용을 2부작 영화로 압축하다 보니 일부 에피소드가 생략되거나 축약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만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이미 원작을 아는 관객에게는 새로운 감흥이 부족했고, 원작을 모르는 관객에게는 일부 전개가 급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시리즈: 세계관을 빌린 새로운 이야기

2024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는 과감하게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원작의 세계관과 설정만 빌려온 채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무대도 일본이 아닌 한국으로 옮겨왔고, 주인공도 남고생이 아닌 슈퍼마켓 아르바이트생 정수인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생생물과 인간의 관계입니다. 원작에서는 기생생물이 뇌를 완전히 장악하지만, '더 그레이'에서는 수인이 의식을 유지하며 '하이디'라는 이름의 기생생물과 몸을 공유하는 독특한 설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서사적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또한 한국만의 사회적 맥락이 강하게 반영되었습니다. 기생생물 사냥꾼 조직인 '그레이'와 정부 기관의 대립,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주인공의 내면 갈등, 그리고 조직과 권력에 대한 비판적 시선까지, 한국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풍부하게 담겼습니다. 창조적 재해석의 장점: 원작 팬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기생수 세계관은 유지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이어져 원작을 알고 있어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죠. 또한 6부작 시리즈 형식을 활용해 캐릭터들의 깊이 있는 감정선과 복잡한 배경 스토리를 충분히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한계점: 일부 원작 팬들은 원작의 핵심 메시지나 캐릭터가 빠진 것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신이치와 미기의 독특한 관계, 타무라 레이코의 철학적 질문들이 없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다 보니 '기생수'라는 타이틀의 브랜드 파워만 빌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두 가지 접근법, 각자의 성공

결국 일본 영화와 한국 시리즈는 원작을 대하는 태도에서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일본은 '원작에 대한 존중과 재현'을, 한국은 '원작으로부터의 영감과 확장'을 선택했습니다. 일본 영화는 원작 팬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데 성공했고, 이와아키 히토시의 메시지를 충실하게 전달했습니다. 반면 한국 시리즈는 원작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더 넓은 관객층에게 기생수 세계관을 확장시켰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이었는지는 관객의 취향에 달려 있습니다.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일본 영화를, 원작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를 경험하고 싶다면 한국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중요한 것은 두 작품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기생수'라는 명작의 가치를 2020년대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마치며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601348&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하나의 원작, 두 가지 해석. 일본 실사영화 '기생수'와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는 원작 각색이라는 과제 앞에서 정반대의 길을 걸었지만, 모두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훌륭한 원작이 가진 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창작자들이 원작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두 작품을 연속해서 보면 '기생수'라는 세계관이 얼마나 풍부한 이야기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와아키 히토시가 만들어낸 '기생수'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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